요즘 들어 부쩍 “하루가 왜 이렇게 빨리 가지?”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눈 떠서 잠들기까지 뭔가 계속 바쁘게 움직인 것 같은데, 정작 내가 한 일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느낌, 아마 한 번쯤은 모두가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은 끝도 없이 쌓여만 가는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이룬 것 같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원인을 찬찬히 되짚어보니 결국 '시간을 쓰는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우리가 하루를 허투루 쓰게 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무언가를 명확하게 하지 않아서입니다. 계획 없이 스마트폰을 켰다가 1시간이 훌쩍 지나 있고, 식사를 하다가 TV를 켜니 30분이 사라지고, 일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괜히 이메일 정리만 하다 말고, 그러다 다시 휴대폰을 확인하고…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 있어도 모자란 느낌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루틴 하나하나를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눈을 뜨면 무작정 휴대폰부터 보는 습관을 버리고, 창문을 열고 물 한 잔을 마시며 정신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꼭 해야 할 일 세 가지’를 적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보았습니다. 이 세 가지는 절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계좌이체하기’, ‘서류 하나 정리하기’, ‘메일 한 통 보내기’처럼 간단한 것들이지만, 그날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하루를 흘려보내지 않게 됩니다.
또한 시간을 측정해보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을 둘러보는 시간이나 유튜브 영상 하나만 본다는 생각으로 누르는 그 순간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지 알고 나면 놀라게 됩니다. 저는 시간 기록 앱을 잠깐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 하루에 4시간 가까이 핸드폰에 쓰고 있다는 걸 알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 후로는 ‘1시간 이상은 앱 사용 안 하기’ 같은 규칙을 스스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시간 낭비는 습관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습관은 고칠 수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 루틴을 단순하고 짧게 정리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게 됩니다. 하루를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기면, 그게 곧 자존감으로 이어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시간도 아끼게 됩니다. 결국, 시간 낭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삶의 흐름을 내가 직접 설계하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합니다
많은 분들이 시간을 잘 쓰기 위해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드십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효과적인 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하는 겁니다. 이건 제가 직접 실험해보면서 느낀 정말 강력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출근 전 30분 동안 뉴스 어플을 습관처럼 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뉴스는 어제 봤던 기사랑 비슷하고, 중요한 건 메일이나 업무로도 다 전달받는 내용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30분을 ‘책 한 장만 읽기’로 바꿨습니다. 처음엔 억지로 느껴졌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그 시간만큼은 제게 집중되는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외에도 자주 하는 시간 낭비 패턴 중 하나가 ‘아무 생각 없이 SNS 피드 보기’입니다. 특히 의식적으로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 우리는 무심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쇼츠 같은 걸 켜게 됩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문제는 의도한 시간보다 항상 더 오래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휴대폰에서 SNS 앱을 특정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하는 설정을 걸어두었습니다. 하루 한두 번만 들어가게 되니 신기하게도 더 집중해서 보고, 나머지 시간은 제가 원하는 다른 일에 쓸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하루 중 가장 시간을 잘 쓰는 루틴은 오히려 ‘비워둔 시간’에서 나옵니다. 일정표를 너무 빽빽하게 채우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고, 예기치 못한 변수에도 대처를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30분’을 의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건 진짜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입니다. 명상도 아니고, 산책도 아니고, 그냥 멍 때리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이 뇌를 재정비해주고 나면, 이후의 집중력과 생산성이 정말 좋아집니다. 시간을 잘 쓴다는 건, 무조건 꽉 채우는 게 아니라 잘 쉴 줄도 아는 것이라는 걸 요즘 많이 느낍니다.
하루를 돌아보는 습관
마지막으로, 정말 추천드리고 싶은 건 하루를 끝낸 뒤 3분만 투자해서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오늘 무엇에 시간을 썼는지, 쓸모 없었던 루틴은 무엇이었는지,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는지를 생각하는 겁니다. 이 3분이 내일을 더 잘 설계하게 해줍니다. 시간은 물처럼 흐르는 것이지만, 우리가 어떤 컵을 들이대느냐에 따라 담기는 모양이 달라진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하루 24시간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자원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 됩니다. 누군가는 매일 같은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고 후회하며, 또 누군가는 같은 시간 안에 자신을 성장시키고 일상의 만족을 만들어갑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건 사실 거창한 능력도, 무조건적인 부지런함도 아닙니다. 정말 작은 루틴 하나에서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5분 일기 쓰기’, ‘출근 전 1잔의 물을 마시며 오늘의 할 일 한 줄 정하기’, ‘자기 전 3분 루틴 되돌아보기’ 같은 일상적인 습관들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입니다. 하루 이틀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한 달만 실천해보면 분명히 몸과 마음에서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매일 ‘하지 말아야 할 일’ 중에서 하나만 줄이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요, SNS 자동 로그인 끄기 하나로도 하루 30분이 남더라고요. 그 시간으로 책을 읽거나 스트레칭을 하니 하루가 조금 더 부드럽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하는 것 같던 습관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지켜야 할 리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루틴의 힘이고, 습관의 마법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모든 루틴은 ‘나답게’ 맞춰야 오래 갑니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 했다가 금방 지치는 분들 많으시잖아요.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무리 없이 즐겁게 바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은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면 저녁 시간을 더 알차게 쓰는 쪽으로 루틴을 짜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내 일상 속 낭비를 줄이고, 내가 주도하는 하루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혹시라도 “나만 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까” 하고 자책하고 계셨다면, 절대 그럴 필요 없습니다. 누구나 그런 시기를 겪습니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린 지금 이 순간부터,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오늘 딱 하나만 실천해보세요. 가장 쉬운 것부터. 그게 하루를 바꾸고, 결국 인생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