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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데 필요한 건 의지보다 환경

▼▶◐ 2025. 6. 11. 19:36

많은 분들이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더 부지런해지고 싶고, 건강을 챙기고 싶고, 감정적으로도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시도할 때 대부분 사람들이 처음에 가장 많이 꺼내는 말이 바로 ‘의지’입니다. “의지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 “나는 의지가 약해서 작심삼일로 끝나.”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게 되는 건, 어떤 행동을 지속하고 습관으로 만드는 데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건 바로 ‘환경’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스스로의 의지를 강하게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새벽 5시에 기상하는 삶을 시작하고 싶다고 다짐해도, 밤늦게까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면 그 결심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운동을 매일 하고 싶어도, 운동복이 깊숙이 옷장 안에 있고 헬스장까지 가는 길이 번거롭다면 그 다짐은 쉽게 무너집니다. 이처럼 의지는 일시적으로 마음을 불태우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그 상태를 지속하기에는 무척 불안정한 도구입니다. 반면 환경은 조용하지만 끈질깁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힘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책을 많이 읽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매번 마음을 먹고 책을 사놓지만 책장이 어딘가 먼 곳에 있거나, 스마트폰이 손에 닿는 위치에 있다면 책 읽기는 또 미뤄지게 됩니다. 하지만 책을 식탁 위나 침대 머리맡에 두고, 스마트폰은 멀리 치워놓는 작은 환경 변화만으로도 독서 시간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만큼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의지를 쥐어짜내기보다, 환경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됩니다.

스스로 의지력이 약하다고 자책하기보다, 왜 자꾸 실패하는지를 되짚어보는 게 필요합니다.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계속 노출되어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는 것이죠. 그 환경을 바꾸는 데에는 거창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사소한 변화 하나가 큰 결과를 만듭니다. 운동화를 현관 앞에 놓아두는 것, 물병을 책상 위에 올려두는 것, TV 리모컨보다 책을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놓는 것. 이런 것들이 의지 없이도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환경의 마법입니다.

환경이 나를 이끕니다, 내가 환경을 선택해야 합니다

환경은 단지 물리적인 공간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 말투, 습관, 소리, 냄새, 색감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자극이 환경이 됩니다. 아침마다 울리는 알람 소리 하나도 환경이고, 회사 책상에 붙어 있는 메모 하나도 환경입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고 기분을 조절하며, 때로는 삶의 방향까지 좌우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를 지치게 만드는 환경이라면 아무리 큰 목표를 세워도 금세 포기하게 되고, 반대로 나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끄는 환경이라면 무리하지 않아도 행동이 달라지게 됩니다.

특히 요즘처럼 수많은 정보와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환경을 스스로 선택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졌다면, 그것은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라는 환경이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만약 나를 비난하거나 소진시키는 인간관계 속에 있다면, 그것은 내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빼앗기는 환경에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의지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을 더욱 실감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이 좋은 환경일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바라고 싶은 모습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환경, 그게 좋은 환경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냉장고에 채소와 과일이 가득하고, 컵라면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자극적인 영상을 유도하는 유튜브 대신, 차분한 음악과 메모장이 켜진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처럼 주변을 조금만 바꿔도, 마치 내가 달라진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행동이 변하고, 습관이 되고, 그게 쌓이면 결국 삶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변화는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스스로의 의지에만 모든 걸 맡겨두고 살아왔을 뿐입니다. 작심삼일도, 미루는 습관도, 대부분은 나 자신이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환경은 내가 바꿀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천천히 조정하면서, 내 삶의 흐름을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어느 날 거울 속의 나도 조금 달라져 있을 거고요.

자기변화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환경 하나 바꿔보는 것, 그거면 충분한 시작이 됩니다. 의지를 믿지 마세요. 환경을 바꾸세요. 그 환경이 분명히 당신을 끌어올려 줄 겁니다.

물론 모든 환경이 당장 바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현실적인 제약도 있고, 가족, 직장, 물리적인 공간 등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체념해버린다면, 변화는 더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환경이라는 건 반드시 대대적으로 바꿔야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닙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요소 하나만 바꿔도, 나의 감정과 행동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는 스마트폰 대신, 좋아하는 문장이 적힌 종이를 머리맡에 두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시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앱 몇 개만 지워도, 정보 과잉에서 오는 피로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

그리고 환경은 단지 외부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투,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 내가 자주 떠올리는 생각들도 모두 환경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역시 나는 안 돼”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면, 그건 스스로 만든 ‘부정적인 내면 환경’에 머물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반면 “이번엔 어려웠지만 다음엔 다를 수 있어”라고 말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마음속 환경은 외부 환경만큼이나 강력한 영향을 줍니다. 스스로에게 무심하고 냉정하게 대하는 환경은 변화에 대한 의지를 더욱 약하게 만들고, 반대로 따뜻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환경은 실수나 실패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워줍니다.

우리는 모두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더 건강해지고 싶고, 누군가는 더 평온한 삶을 원합니다. 또 어떤 이는 무기력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고 싶어 합니다. 그 목표가 무엇이든, 결국 중요한 건 그 방향으로 나를 조금씩 움직이게 만드는 ‘기초 체력’ 같은 환경의 힘입니다. 의지만으로 뛰어오르려 하면 금방 지치고 포기하게 되지만, 환경이라는 디딤돌을 하나씩 놓아가면, 조금은 천천히라도 끝까지 갈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어떤 목표를 세우기 전에 먼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있는 환경은 그 목표에 걸맞은 방향인가?”, “내가 지치지 않고 꾸준히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인가?” 그리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리하게 나를 몰아붙이기보다, 먼저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조금씩 바꾸는 데 집중합니다.

결국 나를 바꾸는 일은 큰 결심이나 단단한 의지를 가지는 것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그 의지가 자꾸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다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지금 내가 반복하고 있는 행동이 나의 내일을 결정짓는다면, 그 행동을 부드럽게 유도해주는 환경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의 출발점이 아닐까요? 우리는 생각보다 약한 존재일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지혜롭게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오늘 단 하나의 환경만 바꿔보세요. 아주 작은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식탁 위 물병을 치우고 노트를 올려놓는 것, 침대 옆에 자극적인 알람 대신 조용한 음악을 설정하는 것, 혹은 마음속에 걸리는 말 한 마디를 부드럽게 바꿔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됩니다. 그 변화가 언젠가 여러분 삶 전체를 부드럽고 단단하게 바꿔줄 수 있다는 걸, 저는 믿습니다. 의지를 다지기 전, 환경을 먼저 다듬는 일. 그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