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낮았던 나,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어요
한때 저는 존재 자체가 미안했습니다. 거울을 보면 “왜 이렇게 볼품없을까”라는 속삭임이 귀에 들렸고, 누군가 칭찬을 전하면 “저 사람이 날 잘 모르니까 저렇게 말하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렸습니다.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했고, 실수라도 하면 ‘역시 난 안 돼’라는 낙인이 마음속에 찍혔습니다. 그렇게 부정적인 독백이 머릿속 확성기처럼 울려대던 시절, 하루를 마감할 때면 온몸이 축 처졌습니다. 남들 앞에서는 애써 괜찮은 척 웃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라는 회색 음성이 끊임없이 파도를 쳤습니다.
그때 제게 가장 힘들었던 건 ‘왜 자존감이 낮은지도 모른 채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비교의 프레임,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인정 욕구가 뒤엉켜 제 속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겉으로는 성실하고 유쾌해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까지 더해지니, 제 진짜 모습은 더더욱 숨겨져야만 했습니다. 낮은 자존감이 삶에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광범위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의견을 내기 두려웠고, 인간관계에서는 비위를 맞추느라 과로했고, 무엇보다 제 자신에게조차 솔직해질 수 없었습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저는 먼저 ‘나의 진짜 목소리’를 찾는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매일 밤,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생각은 무엇이었나?”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그 문장을 읽으며 ‘정말 그 생각이 사실일까?’라고 되물었습니다. 놀랍게도 열 줄 중 여덟 줄은 증거 없는 자기비난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확인 작업을 하자, 근거 없는 부정적 자기평가가 조금씩 힘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가치 없는 존재야’라는 거대한 벽돌이, 실제로는 빈 깡통처럼 툭 치면 소리만 요란한 허상이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 속이 뻥 뚫리는 듯했습니다. 이 작은 자각이 자존감 회복 여정의 첫 단추였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하는 나를 만든 변화들
자각 이후 저는 ‘내 편이 되는 습관’을 계획적으로 불려나갔습니다. 첫째, ‘작은 성취 기록법’을 도입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 정리, 물 2잔 마시기, 점심 산책 10분 등 사소해 보이는 일들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완료할 때마다 형광펜으로 진하게 표시했습니다. 형광펜으로 칠해진 줄이 늘어날수록, 제 안에서 ‘나는 해냈다’는 감각이 실제 체감으로 쌓였습니다. 둘째, 거울 앞 셀프 토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눈을 마주친 채 “수고했다, 오늘도 네가 있어서 든든했다”라고 언어화하면 뇌는 그 말을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뇌 과학적으로도 긍정적 자기 암시가 전전두엽 활동을 높여 자신감 회로를 강화한다고 합니다.
셋째, ‘선 긋기 대화법’을 배웠습니다. 누군가 무례한 말을 하거나 불합리한 부탁을 하면 예전에는 웃으며 넘겼지만, 이제는 침착하게 “그 부분은 제 선을 넘는 것 같아요” 혹은 “지금은 어려우니 다음 번에 논의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엔 목소리가 떨렸지만, 한 번 두 번 훈련하다 보니 타인도 제 경계를 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경험은 ‘나도 내 삶의 주인으로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자존감을 단숨에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몸의 신호에 귀 기울였습니다. 식사·수면·운동 루틴을 살피며 ‘피곤하면 쉰다’는 단순한 원칙을 지켰더니, 정신적 에너지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존감은 ‘마음 근육’과 같아서, 반복 자극과 회복이 함께 이루어져야 성장한다는 걸 몸소 체득했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만든 결정적인 전환점은,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내가 결정한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가 아닌 ‘나와 나 사이의 관계’입니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행동으로 실천할 때, 외부 칭찬이 없더라도 마음속에서 튼튼한 기둥이 세워졌습니다. 이제 누군가 저를 비판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 말은 그 사람의 관점일 뿐, 내 가치를 정의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곧바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깔깔 웃으며 “괜찮아요, 저는 제 방식대로 갈게요”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의 회복탄력성도 훌쩍 자라났습니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자존감 회복 루틴
마지막으로, 지난 몇 년간 저를 단단히 지탱해 준 일상 루틴을 정리해드립니다. 먼저 ‘하루 세 줄 인정 일기’입니다. 잘한 일, 고마웠던 일, 배운 일을 각각 한 줄씩 기록합니다. 불안한 날에도 세 줄을 찾으려 머리를 굴리다 보면, 부정성 필터가 서서히 해제됩니다. 둘째, 경계 명확화 리스트를 주 1회 점검합니다. ‘이 부탁은 YES, 이 부탁은 NO’처럼 사건별로 대응 가이드를 미리 정해두면 충동적 자기희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셋째, 10분 호흡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눈을 감고 4초 들이마시고 6초 내쉬는 리듬에 집중하면, 자존감을 갉아먹는 하루의 잡음이 부드럽게 사라집니다. 넷째, 신체 감각 기반 운동을 꾸준히 합니다. 요가·걷기·가벼운 근력 운동처럼 몸을 쓰는 활동이 뇌에 세로토닌을 공급해 ‘나는 쓸모 있는 존재’라는 신호를 강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는 ‘자존감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일상의 누적치’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자존감이 낮았던 과거의 저는 남들이 들려주는 칭찬으로만 마음을 채우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행동을 반복하며 내면의 빈 그릇을 조금씩 채웠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습니다. “나, 예전엔 정말 작아 보였지만 지금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요.” 여러분도 오늘 밤 거울 앞에서 자신에게 한마디 건네보세요.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그 작은 목소리가 내일의 자존감을 키울 첫 물결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셀프 응원 음성 메시지’를 추천합니다. 밤에 불을 끈 뒤 휴대폰 녹음 앱을 켜고, 오늘 고마웠던 나의 행동들을 1분 남짓 말로 남겨두는 겁니다. 예를 들면 “오늘은 피곤했지만 약속 시간 지키려고 서둘러 나간 내 모습이 참 기특했어”, “회의에서 망설이다가도 의견 꺼낸 용기가 고마웠어”처럼요. 녹음을 마치자마자 다시 들어보면 처음엔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며칠, 몇 주가 지나고 어느 날 우연히 재생해 보면, 그 목소리가 낯설 만큼 따뜻하게 들립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동조(Self-Compassion) 강화’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뇌가 타인의 칭찬보다 자신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지지에 훨씬 깊이 반응한다고 합니다. 저는 약속에 늦어 자책이 터질 때, 이전에 녹음해 둔 응원 메시지를 이어폰으로 살포시 틀어놓습니다. 그러면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네가 완벽해야 사랑받는 건 아니야”라는 스스로의 말이 마음 한가운데 안착하면서, 불필요한 죄책감이 눈 녹듯 풀립니다.
또한 ‘관계 셀프 체크표’를 월말에 작성합니다. 체크리스트는 단순합니다.
- 이번 달에 만난 사람 중, 대화 후 기운이 솟은 사람은 몇 명이었나?
- 반대로 대화 후 지쳤다면, 그 피로의 원인은 무엇이었나?
- 그 관계를 유지할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각각 한 줄로 적어보았나?
이 세 가지 질문만으로도 인간관계의 영수증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저는 이 작업 덕분에 ‘나는 왜 늘 에너지 부족 상태일까?’라는 오래된 의문에 답을 찾았습니다. 알고 보니, 주기적으로 불평만 털어놓고 해결책은 거부하던 지인에게 과도하게 시간을 쓰고 있더군요. 체크표를 통해 패턴을 깨닫자, 자연히 만남 빈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자존감은 홀로 서기뿐 아니라 건강한 연결에서도 영양분을 공급받습니다. 의미 있는 관계에 시간을 재투자하니, ‘내가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더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자존감 근육을 꾸준히 단련하려면 학습 루틴을 곁들이면 좋습니다. 저는 매달 한 권씩 ‘성장 사고Growth Mindset’ 관련 책을 읽고, 핵심 문장을 엽서 크기 메모지에 옮겨 책상 앞에 붙여 둡니다. 출근 준비로 정신없는 아침에도 그 문장이 시야에 들어오면 “실패는 끝이 아니라 데이터다” 같은 메시지가 뇌에 각인됩니다. 작은 문장 하나가 하루의 태도를 바꾸고, 그 태도가 반복돼 결국 삶의 곡선을 바꿉니다. 여러분도 부담 없는 분량의 글, 팟캐스트, 혹은 강연 영상 한 편을 ‘마음 영양제’로 챙겨 보시길 권합니다. 지속적 학습은 자존감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비료가 됩니다.
마무리하며 다시 말씀드립니다. 자존감 회복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오늘 저녁 다 먹은 그릇을 바로 씻어놓고 “잘했어!”라고 말해주는 일, 늦은 밤 거울 앞에서 ‘내일도 충분히 해낼 거야’라고 윙크 한번 날려주는 일, 휴대폰 알림을 잠시 꺼두고 마음의 정적을 맛보는 일–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내면의 용량을 확장시킵니다. 예전엔 작디작았던 제 마음 그릇이 지금은 제법 단단해졌습니다. 그래서 웃으면서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지만,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나를 존중하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오늘 이 글을 닫으신 뒤, 손바닥을 가슴에 살짝 올리고 이렇게 속삭여 보세요. “괜찮아, 나는 나를 믿어.” 그 짧은 한마디가 자존감 회복 여정을 다시 한 번 힘차게 밀어줄 작은 시동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