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시대, 현금은 가만히 두면 손해일까요?
요즘처럼 장을 보러 가는 길목마다 물가를 체감하는 시기도 드물다고 느껴집니다. 예전과 똑같이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가격은 확실히 더 나옵니다. 커피 한 잔 가격도 슬쩍 오르고, 외식은 예전보다 더 망설이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은 참 자주 들었지만, 체감은 어느 순간부터 분명해졌습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게 단지 물가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내 자산이 조용히 줄어드는 현상이라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100만 원을 현금으로 쥐고 있는데 그 10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작년보다 줄었다면, 그 돈의 가치는 이미 줄어든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플레이션 시대에 ‘현금 보유’는 예전만큼 안전한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물론 비상금이나 일정 정도의 유동성 확보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자산을 현금으로만 묶어 두는 건 실질적으로 자산이 줄어드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돈을 모으는 게 먼저다"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돈을 어떻게 굴릴까"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그만큼 현금이라는 자산이 가진 ‘정체된 성격’이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 시대엔 단순히 모으는 것보다 돈의 사용처와 흐름을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도 내 돈의 가치가 매달 조금씩 줄어드는 걸 목격하게 됩니다. 그 조용한 하락은 뉴스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일상 속 구매력의 감소로 실감하게 됩니다.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게 아니라, 가치를 지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어떤 물건을 사더라도 예전처럼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물가가 오르다 보니 선택에 앞서 ‘정말 필요한가’를 몇 번은 더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소비 패턴의 변화는 투자에도 영향을 줍니다. 단순히 수익률 높은 자산에 돈을 넣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현금을 그대로 두는 것이 손해라는 말을 무작정 믿기보다는, ‘지금 이 돈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모든 현금을 투자로 돌리는 것도 위험하지만, 아무런 설계 없이 그대로 두는 것도 위험하다는 겁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될수록 현금은 점점 무거운 자산이 됩니다. 쓰기도 어렵고, 불리기도 어려운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요즘은 일정 비율로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일부는 현금성으로 유지하되, 일부는 가치 보존이 가능한 자산에 배분하고, 일부는 리스크가 있더라도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조금씩 담아보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를 찾는 일입니다. 주변에서 누가 몇 배의 수익을 냈다는 소식은 늘 들리지만, 그 모든 선택이 나에게 맞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에 휘둘리다 보면 내 기준을 잃고 실수를 하게 되기 쉽습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건 단지 경제적 현상이 아니라, 나의 자산 운영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나는 지금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그 선택이 내 일상과 생활에 무리가 없는가, 이걸 점검해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흔들리지 않는 선택을 준비해야 합니다
물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불안감’입니다. 그 불안은 소비뿐 아니라 자산에 대한 선택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조심해야 할 건, 남들의 선택에 휘둘리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금을 산다고 하고, 누군가는 달러를 모은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부동산, 어떤 이는 주식이라고 합니다. 그중에 누구의 선택이 맞는지는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본인의 상황과 목적을 기준으로 삼지 않으면 어떤 선택도 나중에 후회로 남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금을 그냥 두는 게 손해라는 말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투자하라는 말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돈이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게 단순한 예비자금인지, 혹은 가까운 시일 내 써야 할 소비예산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묶어둬도 괜찮은 여윳돈인지.
이 구분이 되어야만 비로소 ‘어디에 두는 게 좋을까’라는 판단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든,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든 조금은 덜 흔들리게 됩니다.
요즘은 무엇을 하든, 선택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작은 돈이라도 가볍게 쓰기가 어려워졌고, 큰돈을 움직일 땐 너무 많은 걱정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건 ‘기준’입니다.
내가 이 돈을 왜 여기에 두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그 기준이 명확하면 그 어떤 시장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런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투자이자, 가장 현실적인 자산 관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