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의 진짜 시작은 ‘나를 아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자기계발서를 읽고, 동기부여 영상도 보고, 성공한 사람들의 루틴을 따라 해보기도 합니다. 일찍 일어나기, 하루 계획 세우기, 운동 습관 만들기, 명상하기 등등 수많은 실천 목록들이 인터넷과 유튜브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런 방법들을 성실하게 따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어느 날은 의욕이 넘치다가도, 이틀 뒤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있고, 무엇보다 그 변화가 나와는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의지가 약해서 안 되는 사람이구나’, ‘게으르고 꾸준하지 못해서 그래’, 혹은 ‘남들처럼 열심히 사는 건 내 체질이 아닌가 봐’ 같은 말들이죠. 하지만 사실 진짜 원인은 그게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반복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아직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자기계발의 시작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나는 누구인지’를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바로 자기이해가 진짜 출발점입니다.
자기이해는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외부 기준에 따라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좋은 성적, 안정적인 직장,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삶이 정답처럼 여겨지면서,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덜 힘든지’ 같은 질문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하지만 삶이란 건 결국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나를 모르면 그 삶의 무대에서 길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이해는 나의 생각, 감정, 욕구, 행동 패턴, 그리고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등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과정입니다. 때로는 내가 왜 그렇게 예민한지, 왜 늘 같은 패턴으로 사람들과 갈등을 겪는지, 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거나 반대로 사람들과 있을 때 더 안정감을 느끼는지 등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쌓이고 나면, 비로소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기초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야 비로소 진짜 의미 있는 자기계발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자기이해가 잘 되어 있으면, 선택이 명확해집니다
자기이해가 단단한 사람은 삶의 방향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입니다. 물론 모든 것을 계획대로 실행하는 삶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무엇이 자신에게 맞고 무엇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에도 불필요한 망설임이 줄고,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자기이해가 부족하면, 순간순간의 감정이나 외부 환경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고,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 쉽게 후회하게 되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나도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해서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봅니다. 그런데 며칠 하고 나서 계속 피곤하고, 하루 종일 집중이 안 되고, 기분도 나빠진다고 느낍니다. 이럴 때 대부분은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 ‘의지가 약하다’며 자기비난을 하게 되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이 저녁에 집중력이 높은 ‘저녁형 인간’일 수도 있는 겁니다. 이처럼 자기이해가 부족하면, 타인의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도 판단하기 어렵게 됩니다.
또한 자기이해는 감정 조절에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우리는 보통 화가 날 때, 그 감정을 참거나 터뜨리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느낍니다. 하지만 내 감정이 왜 그렇게 격해졌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 감정은 자연스럽게 가라앉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상황이 과거에 상처받았던 경험과 비슷해서 감정이 올라왔구나’라고 인식하면, 이전처럼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자기이해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맥락을 알게 해주는 힘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더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이해가 잘 된 사람은 자신의 한계까지도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무리해서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고, 적당한 휴식을 줄 줄 알며, 실패했을 때도 덜 자책합니다. 반면, 자기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자기계발을 시작하면, 자꾸 나와 안 맞는 목표를 세우고, 안 맞는 방식으로 시도하게 되면서, 오히려 자존감이 깎이게 됩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작업입니다.
자기이해는 멈추는 데서 시작되고, 나를 알아차리는 데서 자랍니다
자기이해를 키우기 위해선 먼저 멈추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꼭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좋습니다. 잠들기 전, 조용한 공간에서 내가 오늘 하루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이 반복됐는지를 천천히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런 시간을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저는 자기이해를 위해 가장 추천드리는 방법이 바로 ‘감정 일기’입니다. 매일매일 느꼈던 감정을 기록해보는 거예요. ‘오늘 너무 짜증 났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회사에서 팀장 말투 듣고 욱했음.’ 이런 식으로 편하게 쓰는 겁니다. 그렇게 며칠 기록을 하다 보면 반복되는 감정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왜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할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됩니다. 이 질문이 자기이해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꾸준히 던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도 따라오게 됩니다.
또한 자기이해를 위한 좋은 습관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나를 비춰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통해서 가장 많은 내면의 거울을 마주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싫어할 때, 누군가에게 질투심이 생길 때, 누군가에게 유독 서운할 때, 그 감정의 뿌리는 대부분 내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을 때, 우리는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이해는 관계 속에서 자랍니다. 단절이 아니라 연결 속에서 진짜 내가 보이게 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은, 자기이해는 성취가 아닌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한 번 깨닫고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에 걸쳐 계속 이어지는 작업입니다. 오늘은 내 안에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알아차리는 것, 내일은 또 다른 모습이 보이는 것. 그렇게 조각조각 모아지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점점 더 진짜 나다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자기계발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이해를 통해 시작하는 자기계발, 그것이야말로 가장 단단하고 오래가는 성장의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