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오르기만 하는 물가
요즘 장을 보러 가면, 매번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평소처럼 두부 한 모, 달걀 한 판, 우유 한 통, 그리고 채소 몇 가지를 담았을 뿐인데 계산대 앞에 서면 만 원 단위가 훌쩍 넘어버립니다. “어? 내가 뭘 이렇게 많이 담았나?” 하고 카트를 다시 들여다보지만, 정작 들고 있는 건 예전에도 사던 것들과 다르지 않지요. 하지만 금액은 다릅니다. 너무도 다릅니다. 이렇게 장을 보고 돌아올 때마다 느끼는 건, ‘돈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하염없이 오른다’는 현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물가가 오르는 이유를 단순히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그래” 혹은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있어서 그래” 정도로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런 요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 우리가 체감하는 수준의 물가 상승을 다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엔 물가 상승에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은밀한 ‘진짜 이유’들이 숨어 있습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구조부터 짚어볼게요. 물가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소비자가 많이 사서 오르는 것만은 아닙니다. 유통 구조, 원자재 가격, 노동력 부족, 정책 변화, 심지어는 환율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달걀 한 판이 예전에는 4천 원 하던 것이 요즘엔 7천 원을 넘습니다. 단순히 달걀을 낳는 닭이 줄어서일까요? 아닙니다. 사료값이 오르고, 농장 관리 인건비가 오르고, 물류비가 올라서입니다. 그러면 왜 그 모든 것들이 오를까요? 바로 전반적인 공급망의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입니다. 코로나 이후 각국 정부는 돈을 많이 풀었습니다. 돈을 푼다는 건 결국 시중에 돈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도 됩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물건의 가격은 오르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인플레이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돈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자산을 가져가고, 일반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만 더 무거워졌다는 것입니다.
30대 여성인 저로서는 이 모든 현실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예전에는 5만 원이면 꽤 괜찮게 장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5만 원으로는 기본 식재료도 겨우 삽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식이 줄고, 집밥 위주의 식단으로 바뀌며, 생활의 패턴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감당 안 되는 현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물가가 오르는 이유가 너무 복잡하고 거대하게 느껴지다 보니, 일반 사람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저만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소비를 재정비하게 됩니다. 필요 없는 소비를 줄이고, 가격이 덜 오른 품목 위주로 장을 보고, 직접 만들어 먹는 습관을 들이면서 ‘소비의 기준’을 다시 정립하게 됩니다. 가령, 예전에는 브랜드나 맛 위주로 장을 봤다면 이제는 원산지나 단가를 먼저 따져봅니다.
둘째로는 경제 뉴스를 꼼꼼히 챙겨 보게 됩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제품 가격이 오르고,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가 올라 모든 물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구조를 알게 되면, 단순히 “왜 이렇게 비싸?”라고 말하기보다 “아, 지금 국제 상황이 이러니 이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시선이 생깁니다. 물론 그렇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무지로 인한 불안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의 삶을 지키는 작은 선택들입니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친구는 반찬을 만들어 나눠 먹는 걸 시작했습니다. 마트 할인 시간을 노려서 쇼핑을 하고, 필요한 물건은 공동구매로 조금이라도 단가를 낮추려 합니다. 이런 변화가 누군가에겐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제게는 물가라는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한 작은 오리발 같은 존재입니다.
결국 물가 상승은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개인이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습니다. ‘왜 이렇게 비싸졌지?’에서 멈추지 말고, 그 이유를 알고, 대응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행동입니다.
저는 물가가 오르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여성으로서, 단순히 짜증이나 불평을 넘어, 구조를 이해하고 삶을 재설계하는 용기를 갖고 싶습니다. 세상이 나를 흔들어도, 나는 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요. 그게 아마도 우리가 이 시대를 똑똑하게 살아내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지수
물가가 오르는 진짜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단순히 뉴스에서 전하는 국제 유가 상승이나 금리 인상 같은 키워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생활 속 불균형'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저는 직장에 다니며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예전과는 다르게 저축할 수 있는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똑같은 돈을 버는데 왜 이렇게 항상 빠듯한 걸까요?
이게 단순히 제 소비 습관이 잘못된 걸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저처럼 식비를 줄이고 외식도 거의 하지 않으며, 온라인 쇼핑도 가끔 세일할 때만 하고, 배달 앱도 지운 사람조차 느끼는 현실이 바로 '체감 물가 상승'입니다. 뉴스에서는 물가상승률이 2~3%라고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건 그 이상입니다. 특히 식료품, 공공요금, 보험료, 교육비 같은 필수 지출 항목들은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오른 물가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시적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준점'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커피 한 잔이 예전에는 3,000원이면 괜찮았는데 이제는 5,000원이 되면, 그 가격이 새로운 정상처럼 받아들여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착된 가격은 웬만해서는 다시 내려오지 않습니다. 결국 물가 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우리는 그 속도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여성으로서 저는 특히 생필품 가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부모님을 챙기고, 미래를 계획하는 모든 과정에서 ‘가격’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치약 하나를 사더라도 원플러스원 행사 기간을 확인하고, 냉동실에 고기를 소분해 두고 쓰는 습관이 생기며, 식단을 짤 때도 가성비 좋은 재료 위주로 구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내가 똑똑하게 살기 위해 하는 선택’이라는 자부심과 동시에, ‘왜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지?’ 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줍니다. 부지런하고 계획적인 삶이 당연히 좋은 거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필요한 것을 살 여유조차 없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니까요.
물가 상승은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그래서 물가가 오르는 진짜 이유를 알고, 그 흐름을 이해하고, 나의 삶에 맞춰 작지만 단단한 선택을 해나가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저처럼 30대의 여성이 이 변화를 마주하며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힘들다'를 넘어서 '지금의 삶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앞으로 물가는 계속 오를 수도 있고, 어느 순간 다시 안정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이 흐름을 무심히 지나치면 삶의 주도권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이 바로 물가를 탓하기 전에, 그 이유를 이해하고 준비할 시점입니다.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라는 질문을 ‘그래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로 바꿔보는 것,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공부 아닐까요?
그렇게 저는 오늘도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며, 무심코 꺼낸 콩나물 한 봉지를 더 소중히 바라보게 됩니다. 이게 바로 현실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니까요.